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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일신문] "의혈이 가득 찬 청년들이여 전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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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

등록일 21-07-05 15:50 조회 393

"의혈이 가득 찬 청년들이여 전진하라"

나창헌 선생 어록비 제막식
조선대동단·병인의용대 활약
의사의 길 걸으며 무장투쟁

2021-07-05  

"의혈이 가슴에 가득 찬 기력이 강장한 청년 동지들이여 오라. 전진하라. 우리들은 호무선궁하였던 강용한 민족이다. 검두에 선혈을 묻히고 신비의 묘경을 개척한 역사적 유훈을 체험하여 오직 흑철과 적혈로써 성국의 기업을 대정하라."

'료범 나창헌 선생 어록비 제막식'이 지난 2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어록비공원에서 열렸다. 선생의 아들인 나중화 조선민족대동단 기념사업회 고문이 헌화하고 있다. 휠체어를 미는 이는 손자인 나정호 인하대 의대 교수. 사진 윤여운 기자


료범 나창헌(사진) 선생이 1926년 병인의용대 창립선언서에서 부르짖은 외침이다.

나창헌 선생의 외침을 돌에 새기고 그 정신을 기억하며 후대에 남기는 행사가 열렸다. 나창헌 선생 유족, 독립기념관, 독립운동단체 등은 지난 2일 오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어록비공원에서 '료범 나창헌 선생 어록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나 선생의 손자인 나정호 인하대 의대 교수는 기념사에서 "저와 같은 의사였지만 누구보다 무장투쟁을 주장했던 분"이라며 "(어록비에 새겨진) 흑철은 실력을 키워 만든 힘을, 적혈은 우리 마음가짐과 의지를 뜻한다"고 소개했다.

나정호 교수는 "할아버지는 항상 제 곁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일으켜 세우고 갈림길에선 옳은 결정을 하도록 했다"며 "뒤늦게라도 어록비를 세울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나창헌 선생의 정신은 정의요 또 하나는 의혈"이라며 "임시정부를 지키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한 관장은 "선생은 1925년 임시정부 이승만 탄핵 당시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았던 상황에서 임시의정원 이승만 심판위원장을 맡아 탄핵을 주도했다"면서 "또 탄핵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 경무국장을 맡아 임시정부를 일제 밀정과 경찰로부터 지켜냈고 임시정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탄핵 판결문을 읽어보면 이분이야말로 정의로운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축사에서 "장래가 보장된 의사인데도 일제와 정면으로 맞섰다"며 "3.1운동, 조선민족대동단, 임시정부에서 역할을 다하셨다"고 나 선생을 기렸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역시 "나 선생은 경륜과 투지를, 신구학문을, 지모와 용기를 갖춘 분"이라고 말했다.

나창헌 선생은 1896년 1월 평안북도 희천에서 출생했다. 1919년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재학 중 학생층의 3.1운동을 주도했다. 1919년 당시 경성의학전문학교는 조선인 재학생 141명 가운데 79명이 퇴학을 당할 정도로 3.1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2.8 독립선언 준비과정을 일본 도쿄에서 본 나 선생은 귀국 후 3.1운동을 준비단계부터 앞장섰다.

3.1운동 이후엔 조선민족대동단에 입단해 김가진 총재와 함께 의친왕 망명을 추진했다. 또 11월 제2회 만세운동을 거행하고 조선민족대동단 지부를 건설했다. 김가진 총재와 협의해 대동단 본부를 상하이로 옮기기로 하고 1920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조선민족대동단은 3.1운동 직후 만들어진 독립운동단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전국 비밀조직이다.

나 선생은 상하이 망명 이후 조선민족대동단 재건을 추진하고 무장투쟁조직인 철혈단을 조직했다. 1925년 임시의정원 이승만심판위원장으로 이승만 탄핵을 주도했으며 이후 임시정부 내무부 차장, 정위단 단장을 맡았다.

1926년엔 병인의용대를 조직하고 의열투쟁을 주도했다. 병인의용대는 임시정부의 권위와 정신을 옹호하며 일제의 모든 시설을 파괴하고 일제와 밀정으로 암약하는 한국인들을 습격 주살했던 단체다. 1927년 상하이 일본 총영사관 폭파사건을 주도한 뒤 남경 하주 사천 등지로 피신했다. 피신 중 사천에서 만현의원을 운영하며 병인의용대 재건을 추진했다. 하지만 1936년 40세의 나이로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사천에서 병으로 서거했다.

병중에도 제막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나창헌 선생의 아들 나중화 조선민족대동단 기념사업회 고문은 "민족자결주의는 민족의 문제는 해당 민족이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이 정신을 기려 우리도 휴전선이 없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