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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실을 묻어버리는 정권에 ‘아니요’라고 말해야”-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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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

등록일 15-02-10 11:04 조회 19,637
ㆍ산문집 ‘잊히지 않는 것…’ 낸 원로 사학자 이만열 명예교수

▲ “이명박 정권 사악하다” 격앙… 무책임한 자서전, 법으로 심판
남북관계 개선엔 예산 없다며 매년 국방비 증액은 이해 안돼


“이 시대에 산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허튼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76)는 최근 펴낸 산문집 <잊히지 않는 것과 잊을 수 없는 것>(포이에마) 머리글에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산문집에서 이 교수는 멀게는 을사늑약과 4·19혁명부터 시작해 가깝게는 역사교과서 논쟁과 세월호 참사까지, 한국 사회를 달군 사건들을 살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짚었다. 원로사학자답게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때로는 목소리가 격앙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을 “사악한 정권”이라고 비난한 게 대표적이다.

원로사학자인 이만열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필운동 자택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잊지 않기 위해 쓴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필운동에 있는 이 교수의 자택 서재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나는 정치가 아닌,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명박 정권을 사악한 정권으로 본 것”이라며 “교회 장로임을 부각시키면서 많은 교인들의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남북관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4대강을 파헤쳐 국토를 파괴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최대 실정으로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남북관계를 꼽았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유명무실화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서해평화지대는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남북 어민이 자유롭게 어로 활동을 하고 북한 해주까지 공동경제구역으로 묶는 것 자체가 평화통일의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 담론을 할 때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조금만 더 쉽게 생각해볼 것을 주문했다.

“개성공단 같은 것을 휴전선에 10개, 북한 전역에 100개 정도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남북 간 왕래가 잦아지겠죠. 그건 통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서해평화지대 같은 걸 외면하면서 국방비는 왜 해마다 늘릴까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으면서 북한과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올해는 선교사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지 130년이 된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의 전기를 번역·출간한 바 있는 이 교수로선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예’와 ‘아니요’를 분명히 해야 하는 시험대를 만나게 됐다면서 한국 교회를 도마에 올렸다.

그는 “지금 목회자들은 더 이상 ‘아니요’를 외치지 않는다”며 “진실과 책임을 묻어버리려는 국가에 대해 ‘아니요’라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 편이면 눈감아버리는 한국 사회의 집단패권주의와 돈과 물질에 함몰돼버린 교회는 머리털이 깎인 삼손의 신세와 다를 바 없다”며 “집단이기주의의 덫을 거두는 데 앞장서야 한국 교회에 빛이 있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의 산문집이 나오는 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도 출간됐다. 회고록이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반성은커녕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교수 역시 의문부호를 달았다. 특히 퇴임한 지 2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북한, 중국 등을 자극할 만한 내용을 회고록이라는 명목으로 노출시킨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을 지냈다면 국정 수행 당시 취득한 국방·외교 정보는 일정 기간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게 아니냐”며 “발언 내용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국가기밀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