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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간20주년기념 특별칼럼] 지난 20년과 다가올 20년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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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

등록일 13-10-17 15:35 조회 21,578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 일부 식자들 사이에 인기담론의 하나였던 '미래학' 에 나는 관심이 없었을 정도가 아니라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지녔다. 오늘의 현실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구차스런 방편으로 먼 훗날의 깜짝 놀랄 세상을 그려 보는 1960년대의 미국제 공상소설이 '미래학'이란 믿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내일신문 창간 20년을 기념하는 원고청탁을 받은 터라 그 때의 '미래학'과는 다르더라도 부득이 다가 올 미래의 20년을 한번쯤 입에 담아 보아야겠다.

한 세대 전 남한의 '미래학' 패거리들이 하던 방식대로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지금 한국의 각 분야에서 잘 나가는 청장년들의 미래의 꿈은 초현대적 IT기술로부터 출발한다. 손쉽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라 해두자. 스마트폰은 한국 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그 덕에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으로써 국내의 고용 사정이 호전된다는 간략한 도식이다.

소니와 도요타는 시대적 산물
단기간의 특정 현상들에 국한한다면 그런 도식이 아주 빗나간 것이 아닐뿐더러 한국 GDP에서 차지하는 삼성 전자의 비중으로 볼 때 공상소설 쓰기에 꼭 알맞다. IT산업의 지난 5-10년간 경과에 집착하는 장년 혹은 초노년기 특유의 현실안주 심리를 짐작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 폰 형(型) 장미빛 미래상이 한 세대이상 연장되리라는 생각은 백일몽이다. 백일몽이란 근거를 일일이 대기보다 그 실증을 제시하는 편이 이해하기 훨씬 빠르겠다. 그 좋은 실증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1960-1970년대의 일본은 전자제품의 '소니'. 자동차의 '도요타'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다 품질이 좋다는 일본공산품의 평가는 항구 불변이라 믿는 사람이 국제적으로 즐비하여 미국 하바드 대학의 꽤 이름난 교수(Ezra Vogel)가 '세계 제1로서의 일본'(Japan as a Number one)이란 제목의 책을 써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으니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이 영구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일본의 전자-자동차 제조 기술이 독창적이며 뛰어났던 것일까. 천만에! 결코 그렇지 않다. 소니와 도요다의 상품적 가치는 그 시대의 특수한 세계시장 조건, 구체적으로 말하면 냉전시대의 기술 전파 제약이라는 조건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점은 전기제품과 자동차 생산의 선발자(先發者)인 미국의 공업시설이 2차대전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패전국 일본과 독일은 깡그리 파괴괸 생산설비를 새로운 기술수준의 것으로 교체할 수 있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소련 공산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일본을 설정하고 그 공업생산 재건을 미국이 적극 도와주었던 결과라면 결과다. 한국의 모델인 일본의 수출주도형 경제가 성장의 외연(外延) 확장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려니와 보수 지배층이 '국위선양' 혹은 '선진조국 건설' 따위의 구호를 뇌까리기 안성맞춤의 분위기가 조성된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중기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이 외연 확대에 성공했다고 하여 곧 장기적 안정성장을 보장하지 못함 역시 일본이 보여주는 바와 같다. 1980년대 이후 20여년간 계속되는 일본의 복합불황이 그 본보기다. 증가율은 떨어졌어도 수출은 계속 증가 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이 저미함은 물론이고 수출 이외의 내수 분야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든 것이다. 보수 집권당의 허황한 정치적 구호는 약발이 듣지 않아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흔해진다. 저 찬란한 수출주도형 산업이 국민경제의 내포적 연관을 상실함으로써 국민경제와는 동떨어져 따로 놀고 있는 판세다. 어느 나라고 경제관료는 생리적으로 혁신을 기피하고 소강을 탐한다.

수출주도형 성장 정책, 막다른 골목에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을 때 지혜와 용기를 갖춘 정치도자가 나타났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현대사의 경험은 그 반대다.

말이 나온 김에 일본을 보자. 2차대전의 A급 전범자의 손자이자 초 보수인 아베신조가 선동적인 구호를 부르짖으며 선거에서 이겼다. 그는 평화헌법의 변경과 본격적인 황국군(皇國軍)의 부활 터전을 닦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겠지만 특히 거기서는 소니와 도요타 대신 국민을 마음을 사로잡을 물건이 병정 놀음일수도 있겠다 싶다.

 

임재경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회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