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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1절 100돌]항일 기림비도 일제 잔재-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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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

등록일 19-02-28 10:22 조회 1,887

일본 충혼비 본뜬 탑·비석 전국에 수두룩…현충탑도 모방

‘일본 충혼탑’ 형식이 해방 후 항일운동과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탑과 비석 상당수에도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의 대동아전쟁 전사자 묘지에 설치된 비석, 전남 장성군에 설치된 충혼비, 전남 해남군에 설치된 기미독립선언기념비, 광주 광산경찰서에 설치된 충의비. 광주교대 사회과교육과 제공

‘일본 충혼탑’ 형식이 해방 후 항일운동과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탑과 비석 상당수에도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의 대동아전쟁 전사자 묘지에 설치된 비석, 전남 장성군에 설치된 충혼비, 전남 해남군에 설치된 기미독립선언기념비, 광주 광산경찰서에 설치된 충의비. 광주교대 사회과교육과 제공

해방 이후 항일운동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탑과 비석의 상당수가 일본식 ‘충혼비(忠魂碑)’를 본떠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이 일본식인 경우도 있다. 

27일 광주교대 연구팀의 ‘광주 친일 잔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지역 상당수의 현충시설에 설치된 탑이나 비석이 일본의 충혼비를 본떴다. 광주교대 연구팀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지역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를 조사했다. 

일본식 충혼비는 비석의 끝이 뾰족한 사각형 뿔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단을 만든 뒤 그 위에 사각뿔 모양의 비석을 올린 경우도 많다. 한국의 전통 비석은 사각형 위에 모자를 씌우거나 끝을 동그랗게 처리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내선일체’를 강조하기 위해 전사자를 추모하는 사각형 뿔 모양의 충혼비나 탑을 전국 곳곳에 세워 참배를 강요했다. 이 같은 모양의 비석은 현재도 일본의 전사자 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조사를 진행한 김덕진 광주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사각뿔 형태의 비석은 일본에서 대부분 ‘전쟁으로 사망한 병사의 묘지’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전사자들 묘지에 설치되기 시작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식 충혼비는 해방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비석으로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설치된 ‘충의비’는 기단 위에 사각뿔 모양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충의비는 1976년 광산 출신 전몰경찰관 75명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광주공원에 있는 ‘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 역시 비슷한 모양이다. 

전남 화순읍 무명용사묘역에 있는 ‘호국경찰관충혼불망비’와 북면의 ‘위령비’도 비석의 꼭대기 부분이 사각형의 뿔이다. 전남 담양·장성·곡성·영암·완도·보성 등의 ‘충혼탑’ ‘충혼비’ ‘현충탑’ 등도 상당수가 일본식이다.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광주와 전남지역 국가수호 현충시설 127곳(광주 11곳·전남 116곳) 중 39곳에서 일본식 충혼비 형태의 탑이나 비석이 발견됐다. 

심지어 항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탑도 일본식 비석을 닮았다.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전남 무안군의 ‘3·1독립운동 무안의적비’와 ‘항일독립유공인사 숭모비’는 사각형 뿔 모양을 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기미독립선언기념비’는 기단 위에 사각뿔 모양의 비가 서 있다. 기단부와 비 꼭대기가 전형적인 일본의 충혼비 양식이다.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비석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아무런 생각 없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충혼비를 모방해 전국 곳곳에서 이런 비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태조사를 통해 최소한 국가지정 현충시설의 탑과 비석만이라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